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간에 정갈한 빵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태극당은 어떤 곳인가요?
1946년 서울 충무로에 처음 문을 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빵집이에요. 할아버지가 만든 빵집을 아버지가 이어오다 지금은 삼대가 운영 중이에요. 저는 큰 손녀딸이자 아버지의 장녀죠. 태극당의 브랜드 마케터로, 태극당을 정돈하고 예쁘게 단장하여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우리 세대의 손님들도 많이 오셔서 그들의 할아버지, 아버지의 시간을 느낄 수 있다는게 이 공간이 주는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해요.
70년이 넘는 시간, 삼대째 빵을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처음 매장에 일하러 왔을 때 객관적으로 궁금한 거예요. 사람들이 왜 여기까지 빵을 사러 올까? 프랑스 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것도 없는 거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이유가 있더라고요. 태극당이 지금까지 온 거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꾸린 태극당을 이어받아 빵 맛이 변하지 않도록 지킨 거죠. 어떤 음식 가게의 전통이 있다면 그 집만의 철학을 오랜 시간 여물어 쌓은 거라 생각해요. 태극당은 71년간 ‘맛있는 빵’이라는 하나의 철학으로 숙성된 공간이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태극당 대표 슬로건도 ‘변하지 않는 건 맛있는 일’이에요.
오롯이 지키기가 더 쉽지 않은 시대예요.
그렇죠. 아버지가 지켜 오신 빵 맛을 이어가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사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우리에게 빵 맛을 지키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어요. 당연하고 중하다는 건 살면서 배웠어요. 누구보다 이 집 빵 맛은 우리가 가장 잘 알기에 자신 있었어요. 공장이 바쁠 때는 사라다 소를 빵에 담는 일을 했어요. 미묘한 간, 빵 안에 사라다 소가 얼마큼 들어가는지, 베어 물었을 때 얼마큼 씹히는 게 맞는지 우리가 가장 잘 아니까요. 맛을 지키는 일을 우선으로 여기고, 여기에 우리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작업, 예전 그대로의 패키지들을 정돈하는 작업 등을 다음으로 해나갔어요. 다행히 우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늘었고, 곧 매출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죠.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시고 자랑스러워하세요. 가장바쁜 점심시간 때 쓱 오셔서 카운터 뒤에서 한 시간씩 손님오는 풍경을 보고 가시곤 하시죠. 그럴 때 큰 보람을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