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마켓시대
날이면 날마다 서는 장이 아니다. 한가로운 주말, 북적이는 사람들로 마켓의 열기는 오늘도 뜨겁다. 옛 시장에서 느꼈던 정과 잔치의 즐거움은 새로운 형식과 감각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건 강한 소비를 추구하며 유행을 건너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마켓이 펼쳐지는 곳에는 늘 따뜻한 정과 흥겨운 사람들이 있다.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
대화하는 시장, 농부들의 시장, 도시들의 농부 시장, 도시 속장터. 마르쉐@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마르쉐@는 장터, 시장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마르쉐marché에 전치사at(@)을 더해 지은 이름으로, 어디에서든 열릴 수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식탁으로 오
는지,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소비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으로 2012년부터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주말에 열리고 있다.
매일 농부의 손으로 거둔 자연의 선물들은 제철이 주는 맛, 건강한 풍요로움, 재료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모인다. 마르쉐@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만남은 기존 시장보다 더 풍성한 대화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상추, 양파, 토마토, 허브부터 침샘을 자극하는 요리사들의 음식, 수공예품까
지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시중에서 보기 어려운 다품종 소량 생산되는 재료들도 있다. 유통과정에서 사라지는 당근 잎 같은 경우나, 약 200가지가 넘는 작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마르쉐@에서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마르쉐@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소규모 농가, 실험적인 농부, 잡초와 함께하는 자연재배처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한다.
다양함이 조화로울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도 곳곳에 보인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식기를 대여하고, 장바구니와 개인 식기를 권장하는 등 모두가 건강한 방식으로 소비하고 공존하려고 노력한다. 작은 시장을 통해 자연의 삶을 따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도우며 함께 사는 삶
<문호리리버마켓>
푸른 산과 강변을 따라 하얀 천막이 줄지어 서 있다. 인적이 드물던 강변은 북적이는 사람들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시끌시끌하게 변했다. 하늘하늘 춤을 추는 연과 흙투성이가 된 아이들은 강과 산을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셀러들은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물건들을 내놓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히 열리고 있는 문호리리버마켓은 함께 만들고, 놀고, 꿈꾸며 양평의 대표적인 지역 마켓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소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다양한 핸드메이드 공예품, 독특한 간판과 다채로운 음식들은 마치 소풍에 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셀러들은 표정에서부터 즐거움이 한껏 묻어있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꿈을 실현하고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문호리리버마켓의 중심에는 언제나 ‘배려’가 있다. 손님들부터 동료 셀러, 어린이, 사회적 약자, 반려동물에게까지 배려가 스며있다. 특히 다른 마켓과 다르게 아이들이 많이 보이는데, 리버마켓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함께 돌봐주는 어른들이 있는 곳이다. 아이들은 쉽게 도움을 청하고, 나서고, 뛰놀고,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삶을 자연스럽고 즐겁게 배운다. 마켓이 끝나면 셀러들과 함께 ‘끝장토론’을 열어 끊임없이 소통하고 개선할 점을 점검하는데 결론은 늘 ‘작은 배려’로 마친다. 한여름의 열기가 들끓어도 리버마켓은 언제나 그랬듯이 활기찬 긍정의 힘이 가득하다.
싹트는 사랑스러움
<마켓움>
‘새로운 것이 싹트다, 움트다’라는 뜻의 마켓움은 웃음이 넘치고 에너지가 있는 작은 축제가 되어가고 있다.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는 마켓움. 마켓움의 손지민 대표는 마켓움에 참여하는 셀러들을 오랫동안 함께 고생하고 만들어온 식구라고 부르고 마켓을 작은 축제라고 표현했다. “그저 이 즐거운 축제가 계속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마켓움은 부산에서 비정기적으로 열리는데 ‘사러 오는 곳이 아니라 놀러 오는 곳’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각기 다른 셀러들은 한 공간에서 함께 어우러지며 그 시너지는 마켓움을 찾는 손님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곳곳에 묻어 있는 즐거움 덕분에 “우리 또 오자.”라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마켓움에는 ‘보이는 라디오’라는 특별한 코너가 있다. 마켓움에 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사연으로 받아 현장에서 진행한다. 첫 번째 마켓움이 열릴 때 강원도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버스를 세번 갈아타고 온 가족, 결혼하기 전부터 참여해 지금은 아이와 함께 오는 분, 살림에 재미와 관심이 생기게 된 분 등 마켓움에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마켓보다는 모두의 마켓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디터 강나영
-글·사전예진 에디터 오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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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 Magazine vol.09 MARK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