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HILD WITH A HEART IN A PICTURE
스타일리스트 김윤미 가족
엄마의 손길을 원하던 아이는 크게 소리 지르고 울고 화를 냈다가 냉담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리고 내내 그림을 그렸다. 진정한 하나가 되기 위해 걸린 시간만큼이나 끈끈해진 가족. 힘든 시기에 그렸던 시우 그림에 ‘SIUSIU’라는 브랜드로 다시 숨을 불어넣어 준 스타일리스트 김윤미 가족의 이야기다.
스타일리스트로 유명하시잖아요.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오셨죠?
대학 졸업하자마자 잡지 에디터를 시작으로 14년 동안 같은 일을 했어요. 마지막으로 하퍼스 바자에서는 패션디렉터였는데 그 당시에 건강이 안 좋았어요.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거든요. 건강도 챙기고 아이도 갖고 싶어서 일을 그만두고 런던에서 한 달 정도 쉬었어요. 오래 잡지 일을 해오다 보니 의뢰가 들어와서 그때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했어요. 바자를 그만둔 해 겨울에 시우가 생겼고, 그 이후로 9년 동안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네요.
최근에는 시우 이름을 딴 ‘SIUSIU’라는 브랜드도 론칭하셨죠.
2014년에 막연한 생각으로 SIUSIU 상표 등록을 신청했어요. 근데 그걸 까먹고 있었어요. 일 년 정도 지나고서 상표 등록이 완료됐다고 메일이 온 거예요. ‘뭐지? 내가 이런 걸 신청했었구나.’ 그러고 또 잊고 지냈죠. 시우가 워낙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다 보니 주변에서 그림으로 티셔츠를 만들면 예쁘겠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요즘 주변에서 워낙 브랜드 내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저도 용기를 내서 시작하게 됐어요. 마침 상표 등록을 해둔 SIUSIU 이름으로요.
패션이라는 큰 범주는 같아도 제조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에디터나 스타일리스트 일과는 정말 달라요. 제가 디자인을 전공한 것도 아니다 보니 부딪히는 게 많아요. 게다가 경영까지 생각해야 하니까요. 아트디렉터,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 팀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스타일리스트 일은 오래 해오다 보니 모든 과정이 한눈에 보이고 막히면 해결을 하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제작은 공장 컨택부터 쉽지 않았어요. 저희 팀 디자이너들이 다 브랜드에서 일했거든요. 그래서 브랜드 공장을 잘 아는 거예요. 딱 맞는 공장을 찾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이러다가는 생각했던 시즌에 옷이 못 나오겠더라고요. 여러 군데 테스트를 거칠 시간도 없어서 안정적인 브랜드 공장을 선택했어요. 고맙게도 이번에 FW는 럭키슈에뜨랑 콜라보를 해요. FW를 할까 말까 고민했거든요. 내가 대단한 패션 브랜드도 아니고, 시우랑 재미있게 하려고 시작한 일인데, 이게 수익이 발생해야 하니 부담스럽더라고요. 저는 스타일리스트라는 본업이 있기에 너무 스트레스받으면서 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제조업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일적인 부분도 있지만 인간관계도 새롭게 보이고 많이 반성하게 됐어요. 좋은 마음으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우는 어릴 적 어땠어요?
저도 좋은 엄마라고는 할 순 없지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허상이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모습만 올리게 되니까요. 제가 올린 걸 보고는 주변에서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아이한테 소리 지르고 그러는데, 시우 엄마는 정말 좋은 엄마 같다고요. 아니에요. 저도 하죠. 시우가 5, 6, 7세 때 정말 힘들었어요. 하늘을 칠 정도로. 유아 사춘기가 왔었거든요. 그때 많이 소리치고 때려보고 참아 보기도 하면서 이제는 소리치지 않게 됐어요.
지금 시우는 어떻게 변했나요?
그 당시에는 제가 일하고 와도 보는 둥 마는 둥 그냥 표면적으로 엄마라고 하니깐 엄마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아요. 입히고 씻기고 재우는 건 엄마가 해야 한다는데 ‘나한테 어떻게 일도 하면서 이런 것들을 다 하라는 거야.’하고 그 당시에는 답답했어요. 엄마가 힘들게 억지로 하는 건 아이도 알더라고요. 엄마면 당연히 해야 하는데, 그때는 아이랑 시간 보내는 게 힘들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이제는 종일 있어도 편안하고 괜찮아요. 지금은 퇴근해서 집에 오면 달려와서 안기고 스킨십도 많이 해줘요. 서로 맞춰나가는 시간이었죠.
아이들이 유아기에 그림을 많이 그리잖아요. 그런데 그 그림을 모으는 엄마도 그리 많지 않지만, 그걸로 상품을 만든 경우는 정말 드문 일 같아요. 제품을 만들 때 시우 그림을 수정하지는 않나요?
아이스크림을 그린 제품의 경우 원본은 더 많은 컬러를 사용했는데, 제품으로 만들면서 컬러를 몇 개 뺐어요. 이게 프린팅할 때 컬러 도수가 많아지면 비싸지거든요. 그런 공정상의 이유로 덜어내는 경우는 있어도 변형하지는 않아요. 이 브랜드의 시작이 시우였기에 원래 모양을 지켜주고 싶어요. 처음에 자기 이름으로 그림을 그린 게 있었어요. 컬러 감각이 좋고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주변만 봐도 시우보다 그림 잘 그리는 아이는 너무 많아요. 다만, 자기가 좋아서 한 일이고 엄마랑 함께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죠. 시우는 엄마랑 자기가 보는 눈이 통해서 좋대요(웃음). 좋아하는 컬러도 비슷하고요. 마감 때 시우 데리고 회사에 갈 때가 있는데 옆에서 그림을 그리라고 해요. 이렇게 쪽지 같은 아무 데나 그려놓은 원본을 모으니 재미있어요.
시우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전시를 보러 가거나 예술 활동을 많이 하시나요?
사실 예전에는 물어보지도 않고 제가 가는 곳에 데리고 다니곤 했어요. 그런데 처지 바꿔 생각해 보니 시우가 전혀 즐겁지 않겠더라고요. 내가 코코몽이 재미없는 거처럼 과연 시우는 내가 데리고 간 데를 좋아했을까? 사실 저는 키즈카페를 싫어해서 다 커서 데리고 갔어요. 그런데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이제는 뭐 하고 놀지 의사를 먼저 물어봐요.
시우가 초등학교 2학년이에요. 학교생활을 하면서 또 많이 달라졌죠?
1학년 때랑 2학년 때랑 선생님의 총평가가 많이 달라졌어요. 1학년 때는 말하는 방법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우리도 느끼는 부분이었어요. 말을 좀 세게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본인은 몰라요. 같이 보드게임을 하다가 기분 나쁘게 말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우리도 바로 표현해요. 방금 네 말 기분 나빠서 이 게임 못 하겠다고. 기분이 나빠졌어. 네가 그렇게 말하면 상처가 된다고. 이런 방법으로 많이 고쳐주려 했어요. 1학년 때 선생님이 그걸 캐치한 거예요. 고쳐주려 노력했더니 2학년 때는 많이 바뀌었어요. 상담하러 갔다가 이런 기질이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전혀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시우가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시우가 앞으로 어떻게 컸으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 가족은 내일보다 지금 행복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시우는 억지로 내가 이렇게 키우고 싶다고 그렇게 크는 아이는 아니에요. 본인이 원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는 대로 가도록 두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은 정말 모르겠어요. 저도 걱정은 많아요. 너무 아무것도 안 하니깐. 남편도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그러고. 스트레스 없는 삶을 살게 하고 싶다고 해요. 사실 언제까지 시우가 그렇게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런 스트레스를 부모가 전해주고 싶지는 않아요.
에디터 김이경 포토그래퍼 안가람
-글·사전예진 에디터 오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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