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04

WEE Magazine / September 2017

PICTURE BOOK

우리나라에서 그림책이 읽히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다. 우리 부모님은 책을 읽으면서 자라지도 않았고, 주변에 그림책을 읽어주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고 한다. 한글을 읽을 줄 알게 되고 난 후에 교과서를 스스로 보는 정도였다고. 본인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그림책을 아이에게 골라주고, 함께 읽어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넘쳐나는 그림책 사이에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힘들게 고른다 하더라도 어떻게 읽어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어른이 많다. 나는 아이가 생기기 전부터 그림책을 좋아해 왔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는 책’ 정도로 여겨왔던 그림책이 점점 쌓여가면서,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글과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마음에 담았다. 글은 없고 그림만 있는 장면에서는 여러 가지 상상으로 나만의 해석을 해볼 수도 있는 일이다. 나는 그림책에 들어갔다 다시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 세계는 버릴 수 없었다. 곁에 간직할 책으로 항상 그림책을 꼽았다. 좋은 책이라는 건 어른이 봐도 좋은 책이다. 작가 이수지는 그림책을 “책장에서 쉽게 꺼내고 다시 넣으면 되는 세계”라고 설명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세계가 바로 그림책 안에 있다. 좀 더 근사한 세계에서 아이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그림책에 대한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이건 아이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어른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릴 때 봐오던 세상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 그곳에 있다.